
목차
- 나는 누구인가?
- 실재란 무엇인가?
- 누가 통제권을 쥐고 있을까?
- 나는 어떻게 결정할까?
- 나는 네가 필요할까?
- 미래에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까?
나는 어떻게 결정할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주인공 라일리의 내면에는 인물화 된 여러 감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서로 대화하거나 협력하고, 때로는 다투거나 갈등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여러 가지 면모의 라일리들이 서로 협동하거나 갈등하는 장면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성장과정에서 경험하는 변화와 수용이 감동적이면서도 때로는 서글프게 다가오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그리고 누가 통제권을 쥐고 있을까요? 이 물음과 관련하여 [더 브레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뇌는 분쟁에 기초하여 작동하는 기계다
- 뇌 분할: 분쟁을 드러내기 -
몇몇 특수한 상황에서는 뇌의 다양한 부분들 사이의 분쟁을 목격하기가 유난히 쉬워진다. 특정 형태의 뇌전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일부 환자들은 '뇌 분할' 수술을 받는다. 이것은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를 분리하는 수술이다. 정상인의 뇌에서 양쪽 반구는 '뇌들보 corpus callosum'라는 신경 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좌반구와 우반구가 협력하고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추위를 느끼면, 당신의 양손은 서로 협동한다. 즉, 한 손이 외투의 깃을 여미는 동안, 다른 손은 지퍼를 올린다.
그러나 뇌들보가 절단되면, '외계인 손 증후군'이라는 심각한 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양손이 제각각 전혀 다른 의도로 행동할 수 있다. 이 증후군에 걸린 환자는 이를테면 한 손으로 외투의 깃을 여미면서 다른 손('외계인' 손)으로는 느닷없이 지퍼를 내린다. 혹은 비스킷을 집으려고 오른손을 뻗으면서 왼손으로 오른손을 후려쳐 저지한다. 양쪽 반구가 각각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뇌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분쟁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외계인 손 증후군은 대개 뇌 분할 수술 후 몇 주 안에 잦아든다. 양쪽 뇌 반구가 남아 있는 연결들을 이용하여 협동을 재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병증은, 심지어 우리가 단일한 마음가짐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때에도, 우리의 행동은 두개골 내부의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무수한 싸움의 결과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뇌에는 좌반구와 우반구,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뇌들보라는 구조물이 있습니다. 뇌들보는 좌반구와 우반구가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하는 통로이며, 덕분에 서로 협동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 뇌들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각각의 반구가 따로 노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즉 '오른 뇌가 한 일을 왼 뇌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뇌 안에서만 일어나야할 분쟁이 왼손과 오른손의 상반된 행동으로도 나타난 것이라고 합니다. 뇌 분할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우리가 뇌의 분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래 단어들이 빨강, 파랑, 노랑, 검정, 녹색 중 어떤 색으로 쓰였는지 말해볼까요? 아마 쉽지 않은 것입니다.
| 자주색 | 노란색 | 빨간색 |
| 검은색 | 빨간색 | 녹색 |
| 빨간색 | 노란색 | 오렌지색 |
| 파란색 | 자주색 | 검은색 |
| 빨간색 | 녹색 | 오렌지색 |
이 과제가 쉽지 않은 이유는 '읽기를 담당하는 연결망'과 '색깔을 식별하는 연결망'이 동시에 작동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읽기'는 자동적이라고 할 만큼 고도로 훈련되어 있어 이를 무시하면서 색깔을 말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우리 안의 '서로 다른 나'들이 갈등하는 예시가 더 있습니다.
전차 딜레마

첫 번째 상황에 대하여 보통은 1명의 희생으로 4명을 살리겠다는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반면 상황 2에서는 4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시키겠다는 결정에 망설일 가능성이 큽니다.
뇌과학에서 볼 때 두 가지 상황에 대하여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상당히 명확하다고 합니다. 상황 1에 대해서는 단지 수학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뇌가 활성화되지만 상황 2에 대해서는 감정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뇌의 구역들이 추가로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즉, 상황 2에 대해서 내적으로 갈등하는 것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논리적 판단의 뇌'와 '감정적 판단의 뇌' 사이의 분쟁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차 딜레마의 사례만 보면 감정이라는 것은 마치 결정을 방해하는 무언가로 생각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우리가 결정을 내리는 데에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생존과 삶에 필요한 일상적인 결정일수록 감정 없는 논리는 결정장애에 빠지기 쉽다고 합니다.

몸의 상태가 당신의 결정을 돕는다
감정의 역할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감정은 매 순간 우리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과정의 배후에 숨어 있는 비밀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보여주는 예로 타미 마이어스의 상태를 살펴보자. 원래 기술자였던 타미는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그로 인해 그녀는 눈구멍(안와) 바로 위에 있는 뇌 구역인 안와이마엽 피질이 손상되었다. 이 구역은 몸에서 유래한 신호들을 통합하는 작업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그 신호들은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뇌의 나머지 부분에 알려준다. 배가 고픈지, 불안한지, 흥분했는지, 난감한지, 목마른지, 유쾌한지 등을 말이다.
타미는 뇌 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5분만 그녀와 함께 있어도 당신은 일상생활의 결정들을 다루는 그녀의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그녀는 주어진 선택지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서술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장 단순한 상황들에서도 우유부단의 진창에 빠져버린다. 그녀는 뇌 부상 때문에 몸의 감정적 소견을 읽는 능력을 잃었다. 그녀에게 의사결정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과제다. 그녀에게는 어떤 선택지도 다른 선택지와 실감나게 다르지 않다.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니, 실행도 거의 못 한다. 소파 위에서 하루를 다 보낼 때가 많다고 타미는 보고한다.
신체의 신호들을 곧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감정은 신체의 반응과 느낌의 형태를 가진다는 점에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논리의 뇌는 선택지들의 장점과 단점을 기술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각 장단점에 얼마나 가중치를 부여할지, 또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길지(가치), 이번에는 어떤 게 더 끌리는지(선호)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타미의 입장에서 모든 선택지에 그 어떤 무게도 없을 테니 당연히 어느 하나의 선택지가 실감 나게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듯 몸이 보내는 신호와 느낌에 기초한 감정은 빠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예상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신체가 보내는 신호와 느낌에 기반하여 결정한다는 것은 신체의 컨디션에 의해 우리의 결정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결정 메커니즘
징역형을 받은 두 사람이 가석방심의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한 수감자는 오전 11시 27분에 출석한다. 그의 죄는 사기이며 형량은 30개월이다. 또 다른 수감자는 오후 1시 15분에 출석한다. 그도 사기죄로 동일한 형량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첫째 수감자는 가석방되지 않는다. 둘째 수감자는 가석방된다.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까? 인종? 외모? 나이?
2011년에 이루어진 한 연구는 가석방 조치 1000건을 분석한 끝에 방금 언급한 요인들은 중요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음을 발견했다. 대체로 배고픔이 중요했다. 심의위원들이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직후에는, 수감자가 가석방 결정을 받을 확률이 65퍼센트로 최고치에 이르렀다. 반대로 심의위원회가 끝날 무렵에는, 가석방 결정이 나올 확률이 겨우 20퍼센트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꿔 말해, 다른 욕구들의 중요성이 상승함에 따라서 선택지들의 우선순위가 재조정된 것이다. 상황이 바뀌면, 평가가 바뀐다. 수감자의 운명이 가석방심사위원의 뉴런 연결망들과 얽혀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연결망들은 생물학적 욕구들에 맞게 작동한다.
일부 생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자아 고갈 ego-depletion'이라고 부른다. 고갈이라 함은, 집행과 계획을 담당하는 상위 인지 구역들(예컨대 앞이마엽 피질)이 지쳤다는 뜻이다. 의지력은 제한된 자원이다. 연료통의 연료와 마찬가지로 의지력도 바닥난다.
행동경제학 저서 [생각에 대한 생각]에서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의 정신활동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가진 체계적인 편향이나 오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자동적이며 생존에 특화된 판단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고 '시스템 2'는 조금 더 복잡한 사고에 동원되며 시스템 1의 판단을 검토하는 역할을 하지만 느리고 에너지 소모가 크며 게으르고 방해받기 쉬운 사고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2'의 수용할 수 있는 케파는 한정적이어서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하면(기억, 암산, 자기 통제 등) 시스템 1을 통제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과 유혹을 동시에 맞닥뜨리면 사람들은 유혹에 쉽게 굴복한다고 합니다. 위의 가석방심의위원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무언가를 참아야 하는 상황이나 신체의 에너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쉽고 파급 효과가 적은 쪽'으로 결정이 기울게 될 가능성이 큰 것처럼요.
시스템 1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편향도 있습니다. 바로 미래의 이익보다는 당장의 이익에 프리미엄을 얹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번 주에 열린 멋진 만찬과 1년 뒤의 만찬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주의 만찬을 택할 것입니다. 만약 1년 뒤의 만찬이 이번 주 만찬을 기준으로 90%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미래의 만찬을 연간 10퍼센트로 할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처럼 일관된 규칙을 가지고 미래를 할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약 오늘의 만찬이 100이라면 내년은 70, 그다음 해에는 63, 또 그다음은 57,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전혀 할인을 하지 않는 식으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즉, 현재를 너무 과대평가하면서도 먼 미래의 위험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 브레인]에서도 현재라는 것이 좋은 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힘
당장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우리가 그저 시뮬레이션하는 선택지보다 더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미래에 관한 결정을 오류로 이끄는 범인은 다름 아니라 현재다.
2008년, 미국 경제는 급격한 침체에 빠졌다. 문제의 핵심은 주택 소유자 대다수가 너무 많은 빚을 졌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그들은 몇 년 동안 이자율이 놀랄 만큼 낮은 대출을 받아 왔다. 문제는 그 시험적인 기간이 끝나고 이자율이 상승하면서 불거졌다. 이자율이 높아지자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들은 자신이 이자를 지불할 형편이 아님을 발견했다. 거의 100만 채의 주택이 압류되었고, 그 여파는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었다.
이 재앙은 뇌 속에서 경쟁하는 연결망들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덕분에 사람들은 고액의 이자 부담을 뒤로 미루고 지금 당장 멋진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그 대출 상품은 즉각적 만족을 욕망하는 뉴런 연결망들을 완벽하게 매혹했다. 무언가를 당장 누리고 싶어 하는 연결망들을 말이다. 즉각적 만족의 유혹은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 주택 거품은 단지 경제현상으로만이 아니라 신경학적 현상으로도 간주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빚을 낸 사람들만 지금의 매력에 사로잡힌 것은 아니다. 상환되지 않을 대출을 제공하면서 당장은 부를 축적하던 금융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업체들은 대출 채권들을 재조합하여 판매했다. 그것은 비윤리적인 행동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유혹에 넘어갔다.
이처럼 지금과 미래가 맞붙는 싸움은 주택 거품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서 일어난다. 그 싸움은 자동차 판매원이 당신에서 시승을 권하는 이유, 옷가게 점원이 옷을 입어보라고 권하는 이유, 상인이 소비자에서 상품을 만져보라고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신의 정신적 시뮬레이션은 지금 여기에서 당장 하는 경험을 따라갈 수 없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나의 판단은 단지 뇌의 '논리적인 연결망'이나 '감정적인 연결망' 어느 하나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작동 중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신호나 느낌과 관련된 감정의 연결망들이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감정과 관련된 연결망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빠르고 옳은 결정을 내리지만 편향과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컨디션이 좋고 정신적인 인내력을 요구하는 상황 등에서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누가 통제권을 쥐고 있을까?
우리가 매일 아침잠에서 깨면 동시에 의식이 깨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욕구, 계획, 정체성과 같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또한 자각합니다. 만약 의식이 없다면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연결망들의 활성들을 취합하여 정돈하지 못하고 결국 목적이 있는 행동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의식의 필요성에 대해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의식
의식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때,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할 필요가 있을 때 개입한다. 뇌는 최대한 오랫동안 자동 조종 상태를 유지하려 하지만, 예상 밖의 변화구가 난무하는 세계에서 그것은 때때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의식의 역할은 놀라운 상황에 반응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식은 뇌 내부의 갈등을 정리하는 작업에서도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호흡에서부터 침실 구석으로 가서 먹을거리를 입에 넣는 행동과 스포츠 숙달까지 광범위한 과제들에 수십억 개의 뉴런들이 참여한다. 이 과제들 각각을 뇌 속의 방대한 연결망들이 담당한다. 그런데 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당신은 아이스크림을 향해 손을 뻗지만 그것을 먹으면 후회하리라는 것을 안다고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유기체 - 당신 -와 장기 적 목표들에 비춰볼 때 무엇이 최선인지 결정해야 한다. 의식은 이 특별한 관점을 가진 시스템이다. 뇌의 어떤 다른 하위 시스템도 이 관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의식은 상호작용하는 무수한 요소들, 하위 시스템들, 훈련을 통해 새겨진 회로들의 통제권자로 구실 할 수 있다. 의식은 전체 시스템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우리의 의식이 빛을 발하는 때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마주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우리 인생의 운전대는 마치 의식이 잡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운전대는 무의식이라는 자동항법장치가 잡고 있고, 의식은 조수석에서 돌발상황에 대처하고 내비게이터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자동 조종 장치
평생 내내 우리의 뇌는 우리가 수행하는 과제를 담당할 회로를 형성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킨다. 예컨대 걷기, 파도타기, 저글링, 수영, 운전 등을 담당할 회로를 형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뇌 구조에 프로그램을 새겨 넣는 능력은 뇌의 가장 강력한 묘수들 중 하나다. 뇌는 복잡한 운동 과제를 전담하는 회로를 하드웨어에 새겨 넣음으로써 그 과제를 아주 적은 에너지만 써서 수행할 수 있다. 일단 뇌 회로에 새겨진 솜씨는 생각(의식적 노력) 없이 실행될 수 있다. 따라서 자원이 절약되고, 의식적인 나는 다른 과제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몰두할 수 있다.
이 같은 자동화가 낳은 결과는 솜씨가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범위 아래로 가라앉는 것이다. 당신은 의식 아래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프로그램들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당신은 자신이 어떻게 솜씨를 발휘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당신이 친구와 대화하면서 계단을 오를 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십 가지 미세조정에 관한 계산을 어떻게 하는지, 당신의 혀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정확한 발음을 어떻게 산출하는지 당신은 전혀 모른다.
이것들은 당신이 때로는 해내지 못하는 어려운 과제들이다. 그러나 당신의 행동들이 자동화하고 무의식화하기 때문에, 당신은 자동 조종 장치를 켤 수 있게 된다. 매일 다니는 경로로 차를 몰아 귀가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니 집에 도착했는데, 방금 내가 어떻게 운전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우리는 누구나 안다. 운전과 관련한 솜씨들이 충분히 자동화되었기 때문에, 그 능숙한 솜씨들을 무의식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그럴 때 의식적인 당신(당신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되살아난 부분)은 운전자가 아니라 기껏해야 동승자일 뿐이다.
우리가 만약에 말을 할 때 혀와 입술, 안면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의식적으로 신경 쓰면서 말한다면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의식이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어색하고 이상해지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차라리 이런 일들은 자동항법장치에 맡기고 의식은 옆좌석으로 물러나 피드백에 집중하는 것이 에너지를 아끼면서도 효과적인 업무 분담의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유의지를 가졌다는 느낌
여러분은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삶을 영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것을 계획하고 통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분명 그런 능력을 스스로 갖추고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이 사실은 내가 지금 하고 있거나 과거에 했었던 대부분의 행동을 자신의 선택이나 결정이라고 사후적으로 믿게 만드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자율적이라고 느낀다. 즉,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일부 상황들에서는 그 자율의 느낌이 착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하버드 대학교의 알바로 파스쿠알- 레오네 Abaro Pascunt come 교수는 참가자들을 실험실로 초빙하여 간단한 실험을 했다.
피험자들은 양손을 내민 자세로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았다. 스크린이 빨간색으로 바뀌면, 그들은 어느 손을 움직일지 속으로 결정만 하고 실제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었다. 곧이어 스크린이 노란색으로 바뀌고, 마침내 녹색으로 바뀌면, 피험자들은 앞서 결정한 움직임을 실행하여 오른손이나 왼손을 들었다.
이어서 연구진은 실험에 요소를 하나 추가했다. 그들은 경두개 자기 자극술(TMS, 두개골 외부에서 자기장 펄스를 가하여 내부의 뇌 구역을 자극하는 기술)을 이용하여 운동 피질을 자극함으로써 오른손(또는 왼손)을 드는 동작을 촉발했다(대조군에게는 자기장 펄스를 가하는 소리만 들려주고 실제로 가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TMS 개입을 추가하자, 피험자들은 오른손(또는 왼손)을 드는 동작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왼쪽 운동 피질을 자극하면, 피험자들이 오른손을 들 확률이 더 높아졌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피험자들이 TMS에 의해 조작당한 손을 들고 싶었다고 보고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원래 스크린이 빨간색일 때는 왼손을 들기로 결정했는데, 스크린이 노란색으로 바뀐 뒤에 자극을 받고 나서 자신이 정말로 들고 싶었던 것은 한결같이 오른손이었다고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실은 TMS가 손의 움직임을 촉발했는데도, 많은 피험자들은 자신이 자유의지로 결정했다고 느꼈다. 파스쿠알-레오네의 보고
에 따르면, 흔히 피험자는 자신이 원래부터 결정을 바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뇌 속 활동이 무엇에 의해 일어나든 간에, 피험자는 마치 그 활동이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일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그 활동의 결정권자로 자처했다. 의식적인 정신은 자신이 통제권자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피험자들이 처음의 결정을 바꾸었다고 언급하였고, 처음부터 바꿀 생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바꾸기로 결심한' 케이스 중의 일부는 분명 자유의지와는 상관없이 TMS의 자극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이 실험을 근거로 "자유의지란 없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선택은 비록 그것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도, 혹은 외부의 요인에 의해 일어났던 일이어도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사후적으로 믿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만 나의 의자와는 상관없는 외부의 요인이나 내부에서 일어나는 우발적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무의식의 깊은 동굴들
"점화 효과가 일어나면, 한 대상이 다른 대상에 대한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당신이 따뜻한 음료가 담긴 컵을 들고 있다면, 당신과 가족 사이의 관계를 더 우호적으로 시술할 것이다. 반대로 차가운 음료를 들고 있다면, 그 관계에 대해서 약간 더 비관적인 견해를 밝힐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인간관계의 온기를 판단하는 뇌 메커니즘이 물리적 온기를 판단하는 메커니즘과 포개져서 후자가 전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생략)... 이와 유사하게, 악취가 나는 환경 안에 있으면 당신은 도덕적 결정을 더 엄하게 내릴 것이다. 예컨대 평소보다 더 높은 확률로 타인의 이례적인 행동을 비도덕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또 다른 연구는 만일 당신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으면 사업 협상에서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부드러운 의자에 앉으면, 당신은 더 많이 양보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암묵적 자기 중심성'의 무의식적 영향을 보자. 암묵적 자기중심성이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연상시키는 대상들에 끌리는 성향을 의미한다. 사회심리학자 브렛 펠럼 Brett Pelham과 그의 팀은 치의학대학과 법학대학 졸업자들의 기록을 분석했다. 그들은 이름이 '데니스'나 '데니즈'인 치과의사(영어로 dents)와 이름이 '로라'나 '로렌스'인 법률가(영어로 Lawyer)가 통계적으로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지붕(roof) 공사 업체의 업주는 이름이 R로 시작할 가능성이 더 높고, 하드웨어(hardware) 가게 주인은 이름이 H로 시작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리학자 존 존스와 동료들은 조지아 주와 플로리다 주의 결혼 기록을 검토하여 이름의 첫 철자가 같은 부부가 예상보다 더 많음을 발견했다. 제니Jenny는 조엘Joel과, 알렉스Alax는 에이미Amy 와, 도니Donny는 데이지Daisy와 결혼할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다. 이런 유형의 무의식적 효과는 작지만 검증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당신이 그 데니스들이나 로라들이나 제니들에게 그 직업이나 배우자를 선택한 이유를 물으면, 그들은 당신에게 의식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 이야기는 그들의 무의식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진술을 포함하지 않을 것이다.
"심리학자 에커드 헤스(Eckhard Hess)가 1965년에 고안한 또 다른 실험을 보자. 연구진의 요청에 따라 남성 피험자들은 여러 여성의 얼굴을 촬영한 사진들을 보고 각각의 모델에 대해서 여러 판단을 내렸다. 모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로 매기면 몇 점일까? 모델은 행복할까, 아니면 슬플까? 심술궂을까, 친절할까? 다정할까, 쌀쌀맞을까? 사진들은 피험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조작되어 있었다. 절반의 사진들에서는 여성의 눈동자(동공)가 인위적으로 확대되어 있었다. 남성들은 눈동자가 확대된 여성들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여성의 눈동자 크기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남성은 아무도 없었다. 추측하건대 확대된 눈동자가 여성의 흥분을 알려주는 생물학적 신호라는 사실을 아는 남성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뇌는 이 사실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눈동 자가 확대된 여성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렸다. 그 여성들이 더 아름답고, 더 행복하고, 더 친절하고, 더 다정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연애는 흔히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당신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특정한 사람에게 더 많이 끌리는 것을 발견하는데 일반적으로 그 이유를 정확히 댈 수 없다. 아마도 이유가 있겠지만, 당신은 그 이유에 접근할 길이 도통 없다."
"또 다른 실험에서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스트립 클럽에서 랩 댄스(lap dance, 손님의 무릎 위에 앉아서 추는 선정적인 춤-옮긴이)를 추는 여성들의 수입을 조사함으로써 남성이 여성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얼마나 많이 느끼는지를 정량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여성들의 수입이 월경 주기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를 보니, 남성들은 댄서가 생리 중일 때(임신이 불가능할 때) 보다 배란 중일 때(가임 기간일 때) 두 배 많은 팁을 지불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 남성들은 월경 주기에 동반되는 생물학적 변화들을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했다. 여성이 배란 중이면,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이 급증하여 여성의 외모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즉, 얼굴이 더 대칭을 이루고 피부가 더 부드러워지고 허리가 더 가늘어진다. 그 남성들은 이 사실을 의식적으로는 몰랐다. 그럼에도 그들은 의식 보다 더 낮은 층위의 레이더로 이 가임 신호들을 탐지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면 우리의 의식에 기반한 자유의지라는 것은 허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대부분의 선택과 결정이 설령 현재의 감각적 요인이나 오래 전의 인류로부터 물려받은 진화심리학적, 생물학적 요인들에서 유래한 것일지라도, 나의 의식은 그것을 자신(의식)의 자유의지에 따라 행하였다고 주장할 테니까요. 그러나 순수한 자유의지가 아니라고 해서 실망해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순금이 아닌 18k의 금이라고 해도 굳이 버릴 것까지는 없는 것처럼요.